책장에 사둔 원서가 손도 대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집이 많습니다. 읽어주면 좋아하는데 혼자서는 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혼자 읽는 시점은 나이보다 조건이 결정합니다.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귀에 익은 문장이 먼저입니다
낯선 문장만 이어지는 책은 글자를 풀어내는 일에 가까워집니다. 아이는 몇 줄 만에 손을 놓습니다.
이미 말로 써본 표현이 책 안에 있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는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가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듭니다.
한 쪽에 모르는 단어 서너 개
고르는 잣대는 간단합니다. 한 쪽에서 걸리는 낱말이 서넛을 넘어가면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살짝 만만해 보이는 책이 대체로 알맞습니다. 어른 눈에 심심하더라도 끝까지 넘기는 쪽이 이득입니다.
소리 내어 읽는 습관
눈으로만 훑으면 이해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어디서 막히는지 그대로 드러납니다.
하루에 두어 문단씩이면 됩니다. 양을 키우기보다 끊기지 않게 이어가는 쪽이 결과가 좋습니다.
내용을 물어보는 방식
다 읽고 나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물으면 시험처럼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장면이 어디였는지 묻는 쪽이 대화가 이어집니다.
우리말로 답해도 괜찮습니다. 이해했는지가 궁금한 것이지 표현력을 보려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새 책을 계속 들이는 것보다 마음에 든 한 권을 되풀이하는 쪽이 남습니다. 두어 번 넘긴 뒤에야 문장이 눈에 걸리기 시작하는 일이 흔합니다.
스스로 또 집어 드는 책이 있다면 지금 아이에게 알맞은 책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모르는 단어를 대하는 태도
한 단어마다 사전을 찾게 하면 읽기가 아니라 검색이 됩니다. 문맥으로 짐작해 보고 넘어가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다 읽은 뒤 궁금한 단어만 골라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이 습관이 나중에 독해 속도를 좌우합니다.
부모가 함께 읽는 방식
한 문단씩 번갈아 읽으면 아이가 짊어지는 몫이 절반으로 나뉩니다. 부모 발음이 매끄럽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같이 읽은 이야기는 저녁 밥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읽기가 혼자 견디는 과제에서 벗어나는 셈입니다.
수업과 이어지면 빨라집니다
선생님과 다룬 표현이 집에서 읽는 책에 나오면 아이가 알아서 연결합니다. 배운 것이 쓰이는 경험만큼 확실한 동기는 없습니다.
1:1 영어수업처럼 아이 상태를 따라가는 형태라면 읽고 있는 책을 수업 자료로 가져오기도 수월합니다.
책을 고를 때 아이 손에 맡겨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스로 고른 책은 끝까지 읽으려는 마음이 다릅니다.
도서관에서 여러 권 빌려와 몇 장씩 넘겨보게 하셔도 좋습니다. 완독하지 않아도 골라본 시간이 남습니다.
혼자 읽는 날은 어느 순간 갑자기 옵니다. 그날까지 필요한 것은 재촉이 아니라 알맞은 책과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